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되는 여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도시 전체가 무대가 되는 여름

여름의 잘츠부르크는 조금 달라진다. 잘차흐강은 여전히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고, 호엔잘츠부르크 요새는 높은 언덕에서 구시가지를 내려다본다. 게트라이데가세의 오래된 간판과 바로크 건축도 그대로다.

그런데 도시 곳곳에 공연 포스터가 걸리고, 저녁이 가까워지면 조금 차려입은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걷기 시작한다. 광장과 극장 주변에는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이어진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Salzburger Festspiele)의 계절이다.

모차르트가 태어난 작은 도시 잘츠부르크는 여름이 되면 오페라와 클래식 음악, 연극이 어우러지는 세계적인 공연예술의 도시로 변한다.

이 축제가 특별한 이유는 유명한 음악가들이 찾아오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래된 도시와 공연예술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문을 나서면 바로 잘츠부르크의 오래된 골목이 이어진다.

그래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경험하는 일은 공연 한 편을 보는 것보다 조금 더 넓은 여행이 된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무대처럼 느껴지는 여름이다.

30초 미리보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1920년 시작된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축제다.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를 배경으로 오페라, 클래식 음악과 연극이 펼쳐진다. 축제의 시작을 상징하는 후고 폰 호프만스탈의 연극 《예더만》부터 페스티벌 지구의 공연장과 바로크 구시가지까지, 공연예술과 도시를 함께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축제의 가장 큰 매력이다.

1920년, 한 편의 연극에서 시작된 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역사는 19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유럽은 큰 상처와 변화를 겪고 있었다. 그런 시대에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Max Reinhardt), 작가 후고 폰 호프만스탈(Hugo von Hofmannsthal),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를 비롯한 예술가들은 잘츠부르크에서 새로운 축제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시작을 상징하는 작품이 호프만스탈의 《예더만(Jedermann)》이다.

1920년 8월 22일, 잘츠부르크 대성당 앞 광장에서 《예더만》이 공연되면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거대한 무대 장치를 세운 새로운 극장이 아니라 도시의 오래된 대성당과 광장을 배경으로 연극이 펼쳐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처음부터 이 축제는 도시와 공연을 하나의 풍경으로 연결하고 있었다.


대성당 앞에서 만나는 《예더만》

《예더만》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상징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제목의 ‘예더만’은 모든 사람, 누구나라는 의미를 가진다. 작품은 부유한 한 인간이 죽음과 마주하며 자신의 삶과 신앙, 욕망을 돌아보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연극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공연 장소다.

잘츠부르크 대성당 앞 돔 광장(Domplatz)이 무대가 된다. 바로크 대성당의 웅장한 외벽이 거대한 무대 배경처럼 서고, 그 앞에서 배우들의 목소리가 울린다.

극장 안에서 만들어낸 배경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도시의 건축이 공연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낮에 여행자로 걸었던 광장이 저녁에는 공연장이 된다. 이 변화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문화예술 TIP
축제 기간에 잘츠부르크를 찾는다면 공연장만 찾아가기보다 낮에 구시가지와 대성당 주변을 먼저 걸어보는 것도 좋다. 낮에 보았던 건축과 광장이 공연의 배경으로 이어지면 무대와 도시의 관계가 훨씬 선명하게 느껴진다.

모차르트의 도시에 다시 음악이 모이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의 존재는 특별하다.

잘츠부르크는 1756년 모차르트가 태어난 도시다. 그가 태어난 게트라이데가세의 집과 가족이 이후 살았던 거주지가 지금도 남아 있다.

그런 도시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와 관현악, 실내악 작품을 듣는 경험은 다른 공연장에서 같은 곡을 듣는 것과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공연이 끝난 뒤 극장 밖으로 나오면 모차르트가 살았던 도시의 골목과 광장이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음악가의 작품과 그가 살았던 장소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하지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모차르트만을 위한 축제인 것은 아니다. 여러 시대의 오페라와 관현악 작품, 실내악과 독주, 연극을 비롯한 다양한 공연예술이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모차르트의 도시라는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오늘의 예술가들이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는 무대다.


페스티벌 지구, 공연장이 모여 있는 거리

잘츠부르크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대성당과 호프슈탈가세(Hofstallgasse) 주변에 주요 공연 공간이 이어진다.

축제의 중심에는 대축제극장(Großes Festspielhaus), 모차르트를 위한 극장(Haus für Mozart), 펠젠라이트슐레(Felsenreitschule) 등이 있다.

각 공간의 분위기는 서로 다르다.

특히 펠젠라이트슐레는 잘츠부르크의 바위산과 연결된 독특한 공간으로 유명하다. 암벽에 이어진 아치 구조와 넓은 무대는 일반적인 현대 공연장과는 다른 인상을 남긴다.

공연예술에서는 어떤 작품을 연주하느냐만큼 어디에서 공연하느냐도 중요할 때가 있다.

같은 오페라라도 무대의 크기와 구조, 관객과 배우의 거리, 건축이 가진 역사에 따라 전혀 다른 장면이 만들어진다.

잘츠부르크에서는 공연장 자체가 작품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다.

공연 관람 TIP
축제 기간에 공연을 관람한다면 작품 제목만 보고 선택하기보다 공연장도 함께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오페라, 오케스트라, 실내악, 연극 등 장르와 공간의 조합에 따라 경험이 크게 달라진다. 처음 클래식 공연을 접하는 여행자라면 익숙한 작곡가나 작품부터 선택해도 충분하다.

잘츠부르크의 여름밤, 공연 전부터 시작되는 시간

공연이 저녁에 있다면 여행의 하루는 조금 달라진다.

오전에는 미라벨 정원을 걷고, 잘차흐강을 건너 구시가지로 들어간다. 모차르트 생가를 지나 게트라이데가세를 걷다가 카페에서 잠시 쉬어도 좋다.

그리고 해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면 도시의 분위기가 바뀐다.

공연을 보러 가는 사람들이 거리로 나온다. 식당의 야외 테이블에는 저녁을 먹는 사람들이 앉고, 극장 주변에는 프로그램을 확인하거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인다.

공연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축제의 시간은 이미 시작되어 있다.

이런 순간 때문에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극장 안에서만 경험하는 축제가 아니다.

거리와 카페, 광장과 사람들의 옷차림, 공연을 기다리는 작은 설렘까지 도시 전체가 축제의 일부가 된다.


공연 티켓이 없어도 축제의 도시를 걸을 수 있다

세계적인 축제라는 말을 들으면 비싼 티켓이나 유명한 공연부터 떠올리기 쉽다.

물론 좋아하는 연주자나 오페라가 있다면 직접 공연을 보는 경험은 특별하다. 하지만 모든 여행자가 꼭 유명 공연의 객석에 앉아야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축제 기간의 도시를 걷는 것 자체도 하나의 경험이다.

공연 포스터를 살펴보고, 페스티벌 지구의 공연장 외관을 둘러보고, 대성당 광장과 구시가지의 변화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여행 날짜에 맞는 공연을 찾아보면서 평소 잘 몰랐던 음악이나 연극을 선택해 보는 것도 좋다.

예술 여행은 유명한 작품을 모두 보는 일이 아니라 낯선 예술을 한 번 만나보는 일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100년이 지나도 사람들이 잘츠부르크로 오는 이유

1920년 한 편의 연극으로 시작된 축제는 한 세기가 넘는 시간을 이어왔다.

그동안 공연의 모습도, 예술가도, 관객도 달라졌다.

그러나 잘츠부르크라는 도시는 여전히 축제의 중요한 무대다.

대성당과 광장, 바위산과 오래된 공연장, 잘차흐강과 구시가지가 공연예술과 함께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세계 어디에서든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다. 영상으로 유명한 공연을 볼 수도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름이면 잘츠부르크로 향한다.

아마 음악을 듣는 것과 음악이 살아 있는 장소에 직접 가는 경험은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공연이 끝난 뒤 극장을 나선다. 밤의 잘츠부르크 골목에 사람들이 흩어진다. 멀리 요새가 보이고 오래된 건물의 창문에는 불빛이 남아 있다.

조금 전 들었던 음악도 아직 귀에 남아 있다.

그 순간에는 공연장과 도시를 어디까지 나누어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잘츠부르크의 여름에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무대가 된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여행 정보

축제: Salzburger Festspiele
도시: Salzburg, Austria
대표 장르: 오페라, 클래식 음악, 연극
주요 공간: Großes Festspielhaus, Haus für Mozart, Felsenreitschule, Domplatz 등
함께 둘러보기: 모차르트 생가, 잘츠부르크 대성당, 게트라이데가세, 잘차흐강, 호엔잘츠부르크 요새

주의사항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날짜와 작품, 출연진, 공연장, 티켓 판매 방식은 해마다 달라진다. 축제 여행을 계획한다면 해당 연도의 공식 프로그램과 티켓 정보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인기 공연과 좌석은 일찍 판매될 수 있으므로 특정 작품을 보고 싶다면 여행 준비 단계에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다음 유럽문화예술 산책

잘츠부르크에서 도시 전체가 공연장이 되는 여름을 만났다면 다음에는 다시 비엔나로 돌아간다.

오스트리아 9편은 「비엔나 제체시온, 클림트와 젊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시대를 연 곳」이다.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 새로운 예술을 꿈꾸었던 비엔나 분리파와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를 따라가며 19세기 말 비엔나에서 시작된 예술의 변화를 만나본다.